하나님의 응답은 빠를 때도 있지만 더딜 때도 있다. 성경 속의 인물들은 몇년 혹은 몇십년을 기도하기도 한다.
다른 차원을 사시는 하나님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 관념과 다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하나님의 응답이 더디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하물며 바로 옆에 있는 가장 친한 사람, 또는 가족, 아내의 마음까지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굳이 자신을 감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모른다기보다는 스스로조차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들도 있고,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들도 은근히 많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꺼내지 않는 말들도 많다.
지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부분들도 너무 많다. 세상은 공부할 게 너무나도 많다. 분야는 참 다양하다. 크게는 예체능, 자연, 인문 분야이고 세부적으로는 스포츠, 경제, 경영, 화학, 물리 등 뿐만 아니라 요리, 심리학, 철학, 종교, 다양한 분야의 방법론 등 세세하고 작은 분야는 수많다. 그리고 보통 그 작은 분야의 몇 가지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만 그것만 해도 공부할 게 수두룩하다.
대학원 수업에서 한 초빙강사님의 말이 생각난다. 그 분은 50대정도 됐고, '도금' 이란 분야에서 몇십년을 일하신 전문가이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했지만 아직까지 이 분야의 50% 정도밖에 모른다". 한 분야를 마스터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천재일지라도 한 분야를 마스터했다고 말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이토록 사람도 잘 모르고, 지식도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에 어떤 상황 가운데서 객관적인 최선의 선을 선택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내게 좋아보이는 일이 결국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연애가 대표적인 것 같다. 불타오르는 감정에 평생을 바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고, 결혼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 끝은 처음의 감정만큼 아름답지 못할 때가 많다. 외모에 끌려 불타오르다가 몇 개월만에 익숙해진 외모는 그 사람과 쉽게 이별하게 한다. 처음엔 세상 무엇보다 좋아보이고 날 만족시켰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가 단 몇개월만에 뼈 아픈 실연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응답하심이 더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아시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사람으로서는 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시며 가장 선하고 공의로우며 자비로운 하나님의 길을 긴 시간 판단하시고 사람들의 기도를 들으시며 이루어가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이 과연 선할까, 나한테 좋은 길일까 판단하는 것은 단지 믿음의 영역이고, 나는 하나님이 선하시고 공의로우며 자비로우신 길로 모두를 인도하심을 믿는다. 설령 때로운 괴롭고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이미 성경은 그 시대, 그 맥락 속으로 내가 들어가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주께서 신실하게 인도하시기를 소망한다.